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국가원수로서의 삶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제왕적인 힘을 가진 국가원수로서 생각하고, 엄청난 특권과 권력을 휘두르는 우두머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대중들에게 잦은 빈도수로 노출되는 공인인 것을 감안한다면 한 개인으로서의 자유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서 평가하자면 많은 평가가 나오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봤을 경우에는 난 참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그는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그가 원래 추구하던 것은 큰 권력도, 다른 국민들과 차별되는 특권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불의에 저항했던 사람이고, 소외받던 사람들을 위한 보호자였으며, 이 나라가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만들고자 했던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던 정치 지도자였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그의 지나치게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이다. 그동안 티비, 신문 등의 보도매체를 통해서 보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대통령이기 전 한 가족의 가장이었고, 한 여성의 남편이었다. 흔히 그려지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사'로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가 원한 건 화목한 가정과 자식의 행복을 바라보는 보통의 가장의 모습이었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노후를 좀 더 여유있게 보내고 싶은 적당한 부를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사법연수원 시절을 거쳐 검사, 그리고 다시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를 맞이한 건 도저히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 스스로를 뛰어난 인권운동가로 여기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를 변화하게 하고 결국 인권변호사로서 격량의 풍파속의 뛰어들게 한 것은 단순한 '인간적 상식'이었고, 내면의 양심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분노를 금치 못했던 것은 올바른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말아야 할 '언론'의 몰상식함이었다. 언론은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데에 더하여, 그릇된 점에 대하여 비판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사명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언론, 아니 까놓고 말해서 현재의 언론이 그러한가? 언론의 정경유착, 그리고 기업과의 깊이있는 커넥션은 사실 호도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린다. 더욱이 무서운 점은 언론 스스로가 권력화 되고 이것은 절대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지도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서 그러한 권한을 빼앗을 수 없다. 정치세력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을 통해서 정권이 교체되는 것과는 다르게, 언론은 일제시대때는 일본의, 군사정권시절엔 군부세력의, 그리고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는 거대 기업의 비위를 맞추면서 스스로의 지위를 영속해나가고 있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노무현의 잘못된 이미지에는 이러한 언론이 그릇된 행태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실수하고, 집권여당 스스로가 국민의 현실을 무시한채 자멸한 것에도 지난 정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근거는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하도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과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는 무조건인 비판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퇴임후 행해졌던 대통령 측근들에게 행해졌던 무차별적인 검찰수사와 탄압, 그리고 그것이 결국 본인에게까지 미쳐 검찰소환의 전 과정이 마치 스포츠 경기가 중계되듯이 언론에 보도되며 전국적인 놀림감이 되던 그 순간까지..., 과연 노무현이 진정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면서 그에게 손가락질 섞인 조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책의 마지막(본문의 마지막)을 넘기면서, 역시 고인이 되어버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통곡으로서 마주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무차별적인 정치적 보복 속에,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곤곤히 하려는 기득권들의 인면수심의 행태들을 볼 때 가슴 한편의 분노 때문에 책의 나머지 부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80년대 뜨거운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제법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는 나라에 살아고 있다. 그러나 다시 상식보다는 몰상식이 판치는 사회, 소통 보다는 아집으로 일관하는 정치지도자, 여전히 권력에 아부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매장하려는 거대 언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와 권력을 움켜쥔채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도외시하려는 거대한 자본을 볼 때 진정한 민주주의 아직 요원함을 느낀다. 그리고 평생 '보통의 가치'를 위해 살아왔던 보통사람 '노무현'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Posted by 봉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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