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 Posted at 2010/01/23 19:42
- Filed under ALAR
세상의 기록물들은 줄곧 승자들에 대해 기록한다. 심지어 그 반대편에 선 자들을 묘사하는 것도 대부분 승자들의 시각으로 본 패자들의 모습이다. 승자는 철저히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종종 이는 행복과 성공으로 묘사된다. 패자들의 모습에 주목하는 자들은 많지 않으며, 무한경쟁의 현대사회에서는 이들을 언급한다는 것은 자칫 할일없는 자, 지나치게 감상적인 자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 책은 전적으로 현재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패자',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루저'들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단 3년동안만 존재했던 '삼미슈퍼스타즈' 그리고 그들을 동경하고, 때로는 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삶에 지쳐서 잊었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그들의 순수한 그 아마추어 정신을 사랑해 마지 않았던 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패자들의 삶은 어둡다. 이야기 하자면 밤새 술의 안주를 삶아도 안주가 떨어질 걱정은 붙들어매도 될 것이며, 일일 열거하자면 입 아픈 그것들. 항상 그 속에 있으면 그 어두운 기운에 나의 기운도 빠지기 마련이며, 아 이래서 사람들은 '성공'을 그토록 요원하는 구나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소설이 어두운 나락으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생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점은 작가의 재기넘치는 상상력과 너무 가볍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발랄한 표현 때문이다. 이미 근래에 발매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박민규 작가는 정말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것 같다. 다분히 본인의 삶이었을지도 모르는 지난 70~80년대의 동경이 이 소설에서 강한 향기를 품고 있으며, 그것은 어렸지만 그래도 때로는 명확히 기억되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가는 야구와 그 팬들에 대한 소설을 썼지만, 이것은 어쩌면 야구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야구경기에서의 '패자'를 기억해주지 않듯이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당시 우승했던 다른 팀보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은 '삼미슈퍼스타즈'의 플레이와 닮아있는 것 아닌가?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프린트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들이 우리중에 과연 몇이나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옷을 입었을 때 우리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은 좀 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행복은 '더 빨리' 성취하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스포츠의 본래 목적이 다른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닌, 같이 땀을 흘리고 즐기는 것에 있다라고 한다면, 진정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 가운데에서 조금 느리더라도 그 본래의 목적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삶의 가치라고 소설을 말하고 있고, 나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까짓 것 좀 못 던지고 못 잡으면 어때?
그랬거나 저랬거나 언제나 우리의 삶은 플.레.이.볼~
Posted by 봉달이
- Tag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
- Response
- No Trackback , No Comment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