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해내는 이미지의 그 뒷면에는 항상 구리고 보여주기 싫은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진실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진실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싸이월드의 비밀일기와도 같은 것이며, 한겨울 코드속에 숨겨진 여자의 늘어버린 군살과도 같다.

 은행원으로 처음 날 맞이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깔끔한 이미지, 정돈된 삶, 그리고 높은 보수... 그래 일부분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이것만으로 우린 은행원의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셔터가 내려가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서류정리에서부터 마감업무, 그리고 전표정리 및 뚫기까지 각종 허드렛일을 하고 나서 느껴지는 자아상실현상속에서 비로소 높은 임금속에 가려진 직업의 진면목(?)을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은행의 모습과 미국투자은행의 삶을 1:1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보이지만, 아주 근본적인 속성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높은 보수는 분명 직업을 선택하고 그것을 유지하는데 장점으로 다가서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보면 사실 빛 좋은 개살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모습에 적지않이 실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는 여러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뛰어난 한명의 개인보다 평범한 여러명의 충실한 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세상을 바꾼 잡스나 빌게이치는 어떤 사람이냐고? 잘 생각해보라. 그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만든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뿐이지, 회사의 굴레내에서 성공한 모범생들은 결코 아니었다.

 아이비리그에서 다시 일류 MBA로,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으로의 진출까지 누구나 보기에도 화려해보이는 그 이면에는 폭언을 일삼는 상사와 매일야근도 모자라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이 버티고 서 있다. 가치있는 기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신주발행이나 채권인수등의 업무들은 고도의 전문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번 조작되고 되풀이되는 피치북과 과도하게 빡빡한 일정으로 그 원래의 목적을 의심하게끔 만드는 기업실사 작업들이 있는 식이다.

 이 책은 투자은행의 무용론이나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하는 일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많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한 자각을 지은이는 하고 있지만 그것은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논하는 개인적인 관점인 것이지, 은행의 사회적인 책임과 국가경제에서의 역할을 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이야기가 자칫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어려운 곳으로까지 흐르거나, 혹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경제경영학의 이론들을 나열하여서 더이상은 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책 내용은 해학적이다. 화장실식 B급 농담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개중에는 여성들이 읽었을 때에는 눈살을 찌푸릴만한 표현들이 즐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루함을없애주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유머의 경우 다분히 지역적인 색이 뭍어나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본다.

 이 하나의 책으로 투자은행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책의 대부분의 업무는 지은이에겐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러한 업무들이 결코 전문성을 요하지 않을 정로 단순한 업무 투성이라는 말도 아닐 것이다. 지은이는 단순히 자신의 글을 통해서 항상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의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숨어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아줬으면 햇을 것이다. 선택은 분명 각자의 몫이며 삶에서 무엇을 더 우선시 할 지에 대해선 정답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은이가 지옥과도 같은 삶을 견디지 못하고 채 3년이 못되어 투자은행에서 뛰어나와 이런 글을 쓰긴 했지만, 그의 동료중 또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그 곳에서 죽도록 일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막대한 보수를 받으면서 상류층으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뛰어들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봉달이

2010/03/01 17:05 2010/03/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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