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1/2

아 이건 양다리에 대한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 분명 한 번에 두명의 여자를 만난 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만남의 시간은 일요일 저녁 6시, 오랜만에 들어온 소개팅에 들뜬 마음을 품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버린 저지만 그래도 공을 들이는 마음으로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약속 시간에 20분 일찍 도착하여 미리 지리를 파악해놓고, 화장실에서 가서 오랜 대화의 시간이 끊기지 않게 미리 물을 비워놓음 물론, 바람에 흩날린 머리칼을 정리하고 바짝 바른 입은 헹궈서 입냄새가 나지 않게 방지를 했드랬죠.

 시간은 이제 4분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문자가 쒸릭 오더군요. '아.. 이 정도면 괜찮아.'. 지나친 자기 낮춤과 무례함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약속 시간 전 4분 경의 도착에 저는 마음속으로 원인모를 따뜻함을 느꼈드랬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소개팅녀들이 시간 개념이라는 것은 순대국에 말아먹는 들깨가루보다도 못하게 치부했더지라 속으로 열불이 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차에 이는 분명 길조라면 길조였습니다.

 파이낸션빌딩의 밖은 불과 20분 차이지만 어느덧 더 쌀쌀해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보고 서 있어서 그랬겠지만, 원래 마른 기다림이라것은 마음의 공복과 긴장감을 일으키는 법입니다. 긴장함과 기대감을 티내려 하지 않으며, 마른 입술을 몇 번 깨물고 지나가는 아이들 장난치는 모습을 애써 바라보는 그 사이...,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여기 계셨네요.'

 처음 본 그녀의 모습은 괜찮았습니다. 정말로요. 솔직히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이 나이때에 어울리는 귀염움과 생기, 적당한 패션감각, 그리고 과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미소를 품고 있었습니다. '아..., 오늘은 뭔가 되려나?' 내 확실히 뭔가는 되고 있긴 했죠.

 그러나 미리 정성껏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으로 가고 있는 동안 계속적으로 울려대는 그녀의 핸드폰은 과연 이해할 수 없는 거였습니다. 나한테 그러더군요.

 '핸드폰이 눌려 있는 거 같은데요'

 '그래요? 아닌데 그럴리가 없는데.'하며 애써 가방에 꺼내 애꿎은 종료버튼을 한번 더 눌렀습니다.

 순간 봤던 건 분명 불안의 눈빛이었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까지 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차례 경험해던지라 그 다음 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예약된 좌석을 자신있게 확인하며, 나는 철두철미한 준비성 가득한 남자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출입문이 구석으로 준비된 자리에 앉으며 '오시기 힘드시지 않으셨죠?'라고 물어보는 것은 이미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공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녀도 자연스레 반응했고, 표정과 눈빛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극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도 제법 좋아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앉아서 자연스레 메뉴를 고르고, 물을 마시고 서로를 확인하고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일상적인 대화가 조금씩 핀트가 맞아들어가지 않더군요. 내가 예상하면서 물었던 그 질문에는 그녀는 맞춰 대답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쩐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물어봤던 질문들도 하나같이 질문의 배경이 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것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회사 근처가 광화문이어서 이곳에 자주 오시나봐요라는 그녀의 질문과 동시에 신경질적으로 다시 울리기 시작한 그녀의 핸드폰이었습니다.

 '아...어떡하죠?'

 (뭘???)

 '혹시...성함이 000 (솔직히 이게 기억날리 없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녀는 나의 여자(?)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리고 나 역시 그녀의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우나가 아닌데도 어디선가 뜨거운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쓰고 있는 안경엔 김이 서리는 거 같았습니다. 잘 짜여져 있는 프로그램에서 이는 분명 예상치 않았던 에러였습니다. 한없이 멈춰져 있는 윈도우의 파란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저는 해야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계속 꼼지락거리고 이 자리를 어떻게 도망갈지를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고 있더군요.

 '아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건 그럴 수 없는 것이었죠. 제가 데리러 나간다고 한지 10분이 넘도록 데려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성질이 다소 급하신, 두번째 그녀, 아니 원래의 소개팅녀는 그 분노를 십분 발휘하여 이미 레스토랑 앞까지 완벽하게 찾아온 상태였습니다.

 진짜(그럼 가짜는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그녀를 데리러 간 사이, 첫번째 그녀는 이미 줄행랑을 쳐버렸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두번째 여자에게 설명했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허탈웃음을 지어버리는 그녀앞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발가락을 꼼지락 버리는 것이 뿐이었습니다.

 사실 한번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단 진짜 내 소개팅녀가 확실히 마음에 들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것은 실제 소개팅녀가 나에게 물었던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다소 슬픈 현실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아까 그 여자 분이 더 마음에 드신 거 아니예요?'

 모든 만남의 첫단계는 통성명이라는 거, 절대 잊지마세요 ㅋㅋ

Posted by 봉달이

2010/01/24 23:54 2010/01/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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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hiterock 2010/01/26 10:09 # Edit/Remove Reply Permalink

    ㅋㅋㅋ 대충 마음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듯한......ㅋㅋㅋ

    1. Reply: 봉달이 2010/01/26 19:57 # Edit/Remove Permalink

      아쉽게도 전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인연이면 나중에 어떻게든 한번 보겠죠 ㅋ

  2. 지영 2010/01/31 22:48 # Edit/Remove Reply Permalink

    왜 난 이해가 안가지;; 언어바보 ㅜ

    1. Reply: 봉달이 2010/02/01 00:45 # Edit/Remove Permalink

      ㅎㅎㅎ
      너의 이해력의 문제가 아닌 나의 되먹지 못한 문장력의 한계 때문이겠지;

  3. Sharr 2010/02/02 00:56 # Edit/Remove Reply Permalink

    아아아아~~~~~~~~~~~~~~~~~

    진짜 나 마음 졸이며 읽어내려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완전 소설 수준이구만 ㅋㅋㅋㅋ

    스크랩해도 될까??

    1. Reply: 봉달이 2010/02/02 12:21 # Edit/Remove Permalink

      재미있었나 보군 ㅋ
      난 재미없었다 ;;

  4. winchul 2010/02/10 15:52 # Edit/Remove Reply Permalink

    와...이럴때 이말을 쓰는거 같아.
    아놔 로긴하게 만드네~
    ㅎㅎㅎㅎ
    대박대박~ 소설같아~~
    나도 스크랩하고픔!

    1. Reply: 봉달이 2010/02/12 20:21 # Edit/Remove Permalink

      얼마든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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