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구역 모임

1. 바쁘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순전히 핑계였다. 한 두번은 빠질 수 있어도 거의 한달동안 못 갈정도로 바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래도 구역모임은 좀 어려운 점이 있었다. 기존의 곤고한 틀 자체에 혼자 들어가 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회사 동료들의 주말 출근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 없었던 순간들도 있었으니깐.

 사람의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제 의식조차 안하게 되는 순간이 되어버리면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가는 것이, 삶의 일부처럼 내가 잠에서 깨어나서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의식적인 발걸음 옮기기가 되어져 버렸다. 꼭 새로운 회사의 첫출근 같은 느낌이랄까? 낯선 곳과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습관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예정 시간보다 본의 아니게 살짝 늦어버린,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와 결벽증이 있는 나에게도 어느새 이 교회라는 곳은 이런 대접을 받고 있었다. 모든 것을 너무 쉽고 관대하게 여겨 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하는데.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은 교회사람이 아닌, 내 생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첫 모임에 늦는다는 것은 분명 결례다.

 거의 내 또래로 구성된 모임이라서 그런지 이전(이젠 정말 흐릿하다. 온누리의 대학부 생활의 기억은) 에 교회다니면서 주변 사람들로 부터 받았던 그 활발함은 없었다. 극도로 조용하고, 엄숙하고, 그러면서도 할말은 다했지만 ㅋ. 첫 모임이라서 그럴 수는 있지만 그래도 딱딱함을 벗어버리기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 결코 작지는 않았으리라.

 이전에 했던 또래만으로 구성된 모임보다 좋은 것은 그래도 내가 조언을 구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신앙의 롤모델이 구역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있고가 신앙에 있어 우월함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분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묻지마 신앙이 아닌, 본인의 삶을 통해서 겪어진 참 신앙이요, 따지고 또 되뇌여도 삶의 주인은 결국 내가 아닌 하나님이다라는 믿음의 고백을 스스로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배움의 깊이와 사고의 정교함, 완숙함은 나에게 비교가 될 수 없는, 그 삶의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 하나하나는 삶과 신앙사이에 느껴왔던 괴리감을 한꺼풀 벗겨낼 수 있었던 좋은 약과 같았다.

2. 정말 이곳의 예배는 경건 또 경건이다. 예배당의 장식이 최소화된 것부터 모든 것들이 그 기능이상의 치장이 배제되어 있다. 청년부는 그래도 예배전 찬송을 트렌드를 반영한 노래들로 채워서 부르기도 하지만, 본 예배 시간에는 여지없이 성년예배의 그 컨셉을 완전하게 지켜낸다. 대형교회의 방방뜨는 대학부, 청년부의 예배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나는 이내 기억해냈고 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바로 내가 어릴적부터 대학생활전까지 해왔던 예배가 바로 이런 것이었으니깐.

예배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당연 설교다. 오늘은 비록 사정상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오늘 들어보니 다른 교역자의 설교도 그 큰 틀에 있어서는 역시 같은 방향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교의 근본은 첫째도 말씀이고 둘째도 말씀이다. 물론 설교의 중간에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나 문화적인 반영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양념들을 걷어내면 아주 간결하면서 잘 짜인 건물의 형채가 들어난다. 비록 그 전하는 말이 다소 어눌할 지라도 그 속에 있는 내용이 아주 좋다. 핵심이 존재하고, 성서의 관습적 해석이 아닌 여러차례 묻고 되뇌인 흔적이 보인다.

이 교회의 처음 시작은 아주 작았다라고 알고 있다. 비록 지금은 작은 교회라고 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지만 아직도 이 교회를 처음 시작하고 만들었던 그 기본 정신은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다. 지난 번 예배에서 현재 교회에 들어온 수입과 지출 내역을 1원 하나까지 숨김 없이 정확히 밝히고, 그렇게 쓰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진술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확실히 다른 큰 교회들과는 다르구나.

기독교인의 본분이 다른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교회와 성도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짜피 우리들은 하나같이 죄인들이며,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어쩔 수 없음, 혹은 양비론의 재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분명 누군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Posted by 봉달이

2010/01/10 23:15 2010/01/1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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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arr 2010/01/15 00:44 # Edit/Remove Reply Permalink

    오 너의 글을 보니

    그 교회에 한번 가보고 싶네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온누리교회와 비교를 하게 되는거야

    설교하는 흐름과 말씀.

    찬양분위기 등등

    그런곳이 있다는게 나에겐 또다른 충격으로 다가 오는구나.

    1. Reply: 봉달이 2010/01/15 18:48 # Edit/Remove Permalink

      그렇다고 뭐 온누리교회를 비판하자는 건 아니고.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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